취미

40% 배열 키보드 사용 후기

Webb 2023. 9. 16. 22:54

도입
나는 기계식 키보드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갈축, 적축, 저소음 적축 같이 유명하고 접하기 쉬운 축 그리고 기성품 위주로 여러가지 키보드를 접하고 사용해왔다.

그러다가 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컴퓨터공학부를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하루의 절반 이상을 타건하고 있는 키보드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지게 되었고 결국 2학년 2학기때 커스텀 키보드를 마련하면서 완전히 빠져들게 되었다.

 

물론 재정적 사정으로 인하여 많은 종류의 커스텀 키보드를 구매하지는 못하지만,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관심은 높기 때문에 유튜브나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 소식처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 랩실에서는 데스크탑에 커스텀 키보드를 연결하여 사용하며, M1 맥북 에어에는 중고로 구입했던 누피 키보드를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피 키보드를 사용하기 시작한지 반년이 지난 현재에도 내가 로우프로파일 특유의 타건감에 적응을 하지못했고 키보드의 키캡이 약간 미끄러운 탓에 오타가 발생하는 문제가 꾸준히 발생했다.

 

연구실에서 사용중이었던 커스텀 키보드와 누피65

그래서 중고로 누피를 판매하고 새로운 키보드를 10만원 정도에 구입하고자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어떤 키보드가 적절할 지 찾아볼 때 고려한 점이 크게 3가지였다. 하나는 가격, 다른 하나는 바로 키보드의 크기 그리고 키맵핑 여부였다.

 

이미 랩실 책상에 키보드가 있고 모니터도 지금 3개를 쓰고있기 때문에 맥북까지 올려두면 큰 키보드는 둘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포커배열을 가정하고 키보드를 찾고있었다. 지금도 텐키가 필요한 리듬게임을 할 때가 아니면 이제 포커배열이 완전히 손에 익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포커배열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찾던 중에 매우 특이한 키보드를 발견했었다. 

 

"그 배열"

"40%" 배열 키보드. 

<< 숫자키가 없다! 그외 필요한 키들도 많이 없다! 이게 왜 없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포커배열에 완벽히 적응해서 큰 만족감을 가지고 사용하던 나에게는 이런 변태배열이 내 마음을 이끌기 시작했다.

적응에 실패하고 결국 중고로 판매할 것이라는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알리를 뒤져서 키맵핑이 가능하고, 가격도 나쁘지 않으며 내가 원하는 스플릿 스페이스가 있는 40% 배열 키보드를 찾게 되었다.

 

 

당장 누피를 친구에게 판매하고 결제한 뒤 2주 정도 기다림의 시간 끝에 영롱한 키보드가 드디어 도착했다. 실물로 보니까 훨씬 더 예뻤다. 키보드 자체는 가격이 싼 편이기도 하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스테빌을 제외하면 괜찮았었다.

 

그리고 진짜 작고 진짜 가벼웠다. 아무생각없이 휴대하고 다닐 수도 있을 것만 같은 크기와 무게로 휴대성은 높은 것 같아 첫 인상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게임

스페이스 바가 2개가 있다는 점이 내게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바로 내가 플레이하는 디제이맥스 리스펙트V, 일명 디맥이라는 게임 때문이었다.

디맥은 플레이 방식에 따라 4키, 5키, 6키 8키로 플레이가 가능한 리듬게임인데 보통 8키를 칠 때 엄지로 트리거 노트를 쳐야하기 때문에 편안한 손배치를 위해서는 왼손은 q,w,e,space 오른손은 풀배열에서는 7,8,9,0 또는 숫자배열이 없는 키보드에서는 cmd를 엄지에 대응되도록 배열을 설정해야했다.

 

그러나 40% 배열, 그중에서도 이 배열은 스페이스바가 2개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각 스페이스바에 엄지가 대응되도록 배열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키보드로 디맥을 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물론 핫스왑 제품이고 좋은 기판도 아니고 축도 반응속도가 좋은 축이 아니기 때문에 실 사용은 하지 못하겠지만 한 번 플레이 해보고 싶은 마음에 연결해서 이 키보드로 게임을 잠시 즐겼었다.

 

알리에서 구매했었기 때문에 설명서 같은게 들어있지도 않아서 어떻게 키설정을 바꿔야하지 하고 찾아보던 중에, 이런 형식의 키보드에 적용할 수 있는 json파일을 올려둔 깃허브를 발견하여 VIA에 강제로 연결해서 키설정을 편하게 변경했다.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친 후, 지금 현재 내가 사용중인 설정은 아래와 같다

- 내가 스페이스바를 오른쪽 손으로만 타건하기 때문에 오른쪽을 스페이스바로 설정하고 왼쪽은 MO(1)(일종의 펑션키)로 지정했다.

- 대부분의 역할을 MO(1)를 누르면 할 수 있도록 방향키, 특수기호등을 모두 설정해두었다.

- 맥북에서 현재 사용중인 화면 2분할, 3분할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컨트롤 키 등을 설정했다.

Layer 1
Layer 3

 

추가 튜닝

가볍게 테스트하면서 사용하던 중에 키보드 바디가 투명한 아크릴이므로 키캡까지 투명한 색상으로 맞춰주었고 예상대로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네임펜 필기로 만들어진 키캡 (지금은 다 지워진 상태이다)

 

또한 타건소리를 약간 보강하기 위해 키보드를 분해해서 테이핑을 진행했고 키보드 자체가 매우 가벼워서 타건 할 때마다 키보드가 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전에 고무 패드를 바닥에 붙여서 고정시키는 작업을 추가로 진행했다.

 

처음에는 숫자/특수기호 칠 때 어색함과 배열 자체가 포커배열에 비해 약간 달라서 적응을 못했지만 (e.g., + 기호를 쓰고싶으면 MO(1)+G+Shift를 눌러야 한다) 일주일 정도 이 배열을 사용하면서 적응하니까 오히려 풀 배열 키보드로 타건했을 때 불편하게 느껴졌다. 

 

한번 정도는 호기힘에 구입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특수기호를 많이 사용하는 수식 작성을 많이 하지 않고 오로지 텍스트 입력만을 위해 키보드를 사용한다면,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키보드 배열이다. 한번 손에 익으면 편하고 책상위에서 키보드가 차지하는 공간이 엄청 줄어들기 때문에 책상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40% 배열과 관련된 공제가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