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나는 기계식 키보드를 좋아한다.
처음에는 갈축, 적축, 저소음 적축 같이 유명하고 접하기 쉬운 축 그리고 기성품 위주로 여러가지 키보드를 접하고 사용해왔다.
그러다가 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컴퓨터공학부를 다니면서 하루의 대략 절반 이상을 타건하고 있는 키보드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커지게 되었고 결국 대학교 2학년 2학기때 커스텀 키보드를 마련하면서 완전히 빠져들게 되었다.
물론 재정적 사정으로 인하여 많은 종류를 구입하지는 않고 지금도 베어본 하나에 축이나 키캡만 바꿔거면서 사용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서 여러 유튜버나 소식처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현재 랩실에서는 데스크탑에 커스텀 키보드, 노트북(맥북 에어)에는 중고로 구입했던 누피 키보드를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용하기 시작한지 반년이 넘어가도 내가 로우프로파일 특유의 타건감에 적응을 하지못했고 누피 키보드의 키캡이 약간 미끄러운 탓에 계속 오타가 발생하는 문제가 꾸준히 발생했다.
그래서 중고로 누피를 랩실 친구에게 판매하고 새로운 키보드를 10만원 정도에 구입하고자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어떤 키보드가 적절할 지 찾아볼 때 고려한 점이 크게 3가지였다. 하나는 가격, 다른 하나는 바로 키보드의 크기 그리고 키맵핑 여부였다.
이미 랩실 책상에 키보드가 있고 모니터도 지금 3개를 쓰고있기 때문에 맥북까지 올려두면 큰 키보드는 둘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포커배열을 가정하고 키보드를 찾고있었다. 지금도 텐키가 필요한 리듬게임을 할 때가 아니면 이제 포커배열이 완전히 손에 익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포커배열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찾던 중에 매우 특이한 키보드를 발견했었다.
"그 배열"
"40%" 배열 키보드.
<< 숫자키가 없다! 그외 필요한 키들도 많이 없다! 이게 왜 없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포커배열에 완벽히 적응해서 큰 만족감을 가지고 사용하던 나에게는 이런 변태배열이 내 마음을 이끌기 시작했다.
그래서 주변인들의 만류(너 적응못해서 무조건 며칠쓰고 판다)에도 불구하고 결국 알리를 뒤져서 키맵핑이 가능하고, 가격도 나쁘지 않으며 내가 원하는 40%배열인 키보드를 찾게 되었다! (40%는 정형화된 배열 형식이 없어서 이상한 배열이 많음)
당장 누피를 친구에게 판매하고 결제한 뒤 2주 정도 기다림의 시간 끝에 영롱한 키보드가 드디어 도착했다! 실물로 보니까 훨씬 더 예뻤다. 키보드 자체는 가격이 싼 편이기도 하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스테빌을 제외하면 괜찮았었다.
그리고 진짜 작고 진짜 가벼웠다. 거의 내 손뼘보다 3cm정도 더 긴 정도? 였고 키보드 무게도 500g이 넘지않는 느낌으로 매우 가벼웠다. 아무생각없이 휴대하고 다닐 수도 있을 것만 같은 무게? 첫 인상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게임
스페이스 바가 2개가 있다는 점이 내게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바로 디제이맥스 리스펙트V(=디맥)이라는 게임 때문이었다(...)
디맥은 리듬게임으로서 4키, 5키, 6키 8키가 존재하는 리듬게임인데 보통 8키를 칠 때 엄지로 "트리거 노트"라는 걸 쳐야하기 때문에 편안한 손배치를 위해서는 왼손은 q,w,e,space 오른손이 풀배열에 있는 숫자키 7,8,9,0(엄지)를 사용해야했다.
그런데? 얘는 스페이스바가 2개가 있기 때문에 4키, 5키, 6키를 칠 때 사용하던 키 배치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키보드로 디맥을 한다면 진짜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하여 이 키보드를 구입했었다. 물론 핫스왑 제품이고 그렇게 좋은 기판도 아니고 축도 광축, 광적축, 마그네틱축 같이 반응속도가 좋은 키보드가 아니기 때문에 실 사용은 하지 못하겠지만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에 연결해서 이 키보드로 게임을 했었다. 진짜 재미는 있었다.. ㅎㅎ
알리에서 구매했었기 때문에 설명서 같은게 들어있지도 않아서 어떻게 키설정을 바꿔야하지 하고 찾아보던 중에, 이런 형식의 키보드에 적용할 수 있는 json파일을 올려둔 깃허브를 발견하여 VIA에 강제로 연결해서 키설정을 편하게 변경했다.
- 내가 스페이스바를 오른쪽 손으로만 타건하기 때문에 오른쪽을 스페이스바로 설정하고 왼쪽은 MO(1)(일종의 펑션키)로 지정했다.
- 대부분의 역할을 MO(1)를 누르면 할 수 있도록 방향키, 특수기호등을 모두 설정해두었다.
- 맥북에서 현재 사용중인 화면 2분할, 3분할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컨트롤 키 등을 설정했다.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친 후, 지금 현재 내가 사용중인 설정은 아래와 같다
추가 튜닝
가볍게 테스트하면서 사용하던 중에 키보드 바디가 투명한 아크릴이니까 키캡까지 투명한거로 맞추면 정말 예쁘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실제로 내가 가지고 있던 키캡중에 모든 키 호환되는 투명 키캡이 있었어서 축까지 원래 끼워져서 오던 흑축에서 다른 축(흰색계열)으로 바꾸었는데 굉장히 영롱하고 예뻤다. 특수키도 까먹지 않게 네임펜으로(ㅋㅋ) 키캡에 써두었다.
또한 (1)타건소리를 약간 보강하기 위해 키보드를 분해해서 테이핑을 진행했고 전체 아크릴이라 (2)키보드 자체가 매우 가벼워서 나처럼 타자를 강하게 치는 사람은 타자를 칠 때마다 계속 키보드가 밀려났기 때문에 예전에 샀던 키보드에서 줬던 고무를 바닥에 붙여서 고정시키는 작업을 추가로 진행했다.
이런 튜닝 작업을 마무리 한 뒤 물론 처음에는 숫자/특수기호 칠 때 어색함과 배열 자체가 포커배열에 비해 약간 달라서 적응을 못했지만 (+을 치려면 MO(1)+G+Shift를 눌러야한다!) 하루정도 계속 이 배열을 사용하다보니까 이 키보드를 쓰다가 풀 배열 키보드를 치니 오히려 더 오타가 작렬하는 현상을 겪었다...
한번쯤 구매해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고 내가 수식을 안쓴다, 코딩을 자주하지 않고 오로지 텍스트 입력만을 위해 키보드를 사용한다고 하면?나는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키보드 배열이다. 하지만 나는 수식 기입과 코딩이 직업인 사람인데...?
손에 익으면 편하고 일단 책상위에서 키보드가 차지하는 공간이 엄청 줄어들기 때문에 편하게 책상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귀엽다는 점.
앞으로도 아마 계속 사용할 것 같고 여러가지 작업을 시도해볼 예정이다.
이 배열이 완전 손에 익는 날이 온다면... 커스텀 키보드도 40%배열로 해보고 싶고 리듬게임도! 해보고 싶다.